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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by 산사랑 1 2009.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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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걷기 - 원종민](출처 : 월간 산)

“세컨드 윈드의 비밀을 터득하라!”

오르막에서 8자 걸음은 기름을 흘리며 달리는 자동차와 같아 산행의 가장 기본은 걷기다. 걸어서 시작해서 걸어서 끝나는 게 산행이니 등산에서 걷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등산의 기본이자 전부라 할 수 있는 걷기의 심층 강좌로 원종민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10가지 보행기술’을 소개한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는 각종 매체와 기관에서 특강을 했으며 등산이론서를 집필했다.

산을 힘들지 않게 오를 방법은 없다. 아무리 산행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이라 해도 산을 오를 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힘을 덜 들이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바로 운동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제부터 소개할 10가지 보행기술은 하나 하나 놓고 보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작은 습관과 노하우가 쌓여 큰 결실로 돌아온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대간에 정맥까지 타고 산행 경력 몇십 년인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의외로 히말라야 고봉을 오른 등반가나 고난도 5.10급 암벽 등반을 한다는 클라이머도 산에서의 보행법에는 무지한 경우가 있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산꾼은 산을 얕보지 않는 것처럼, 그동안 몰랐던 건 아닌지 걷기의 기초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산에서 힘들지 않게 걷는 10가지 비법

① 무게를 줄인다.

등산은 지구 중력과 싸우며 고도를 높여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평지 보행보다 약 6.7배 더 힘들다. 몸과 배낭에서 불필요한 무게를 줄여야 한다. 장비를 충분히 짊어질 만큼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에너지를 절약하는 보행법을 통해 체력을 아껴야 한다.

② 발바닥 전체로 딛는다.

발 앞부분만으로 디디면 전체를 이용할 때보다 다리 근육이 더 무리하게 된다. 발 전체로 디뎌야 자세가 안정되고 힘도 적게 든다. 무심코 발끝을 자주 사용하며 오르다 보면 체력 소모가 더 빨라진다. 중요한 것은 디딜 때 가급적 발 전체를 디딜 수 있는 곳을 골라 디디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③ 발끝-무릎-명치를 일치시킨다.

산행시 유난히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걸음걸이를 살펴보라. 8자 걸음인 경우가 많다. 8자 걸음은 무게중심이 지그재그, 갈지(之)자로 왔다 갔다 한다. 결국 에너지를 계속 낭비하며 걷는 것이다. 평지는 운동 강도가 약해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산 오르막에서의 8자 걸음은 기름을 흘리며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효율적인 보행법은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발끝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특히 오르막에서 올리는 쪽의 발끝과 무릎, 명치가 일치해야 수월하게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며 오르막에 오를 수 있다. 걸음을 내디딜 때 무게중심이 진행방향으로 차곡차곡 옮겨 가야 최소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발끝의 방향만 일자가 된다고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게 아니기에 상체를 앞으로 굽혀 줘야 한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비탈에 오르면 무게중심이 뒤로 가며  다리에 더 많은 힘을 쓰게 된다.

무게중심을 일치시키는 방법은 위로 올린 발의 발끝과 무릎, 그리고 가슴의 중앙이 수직의 직선으로 일치되도록 몸의 자세를 이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발을 위로 올려 디뎠다면 상체를 오른발이 있는 앞쪽으로 오른 발끝과 오른발 무릎, 가슴 중앙을 수직으로 일치시켜 일어서는 동작을 하면 가장 힘을 적게 사용하며 오를 수 있다. 무게중심 이동법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처음에 어색하고 힘이 더 들어가 불편할 수 있으므로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④  레스트 스텝(Rest Step)

산길에 오를 때 가장 힘을 많이 쓰는 근육은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다. 이 근육들이 활발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때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데, 운동 강도가 공급한계를 넘거나 회복할 여유가 없어지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면서 근육통을 느끼게 된다. 즉 근육통은 운동을 멈추거나 줄이라는 인체의 신호인 것이다. 레스트 스텝은 위의 원리를 응용해 운동 사이사이에 근육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시간을 반복적으로 주는 것이다.

레스트 스텝은 아주 간단하지만 익혀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다리를 올려 땅을 딛고 펴 오르막에 오르는 걷기 동작에서 0.2~0.5초 정도 여유시간을 둠으로써 근육이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단 왼쪽 사진(왼발이 허공에 떠 있다)처럼 왼발을 들었을 때 다리의 힘을 완전히 뺀다. 이때 오른다리는 곧게 펴서 골격으로 체중을 지탱해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이 짧은 순간에 앞에서 말한 여유시간을 둠으로써 멈추지 않고 걸으면서 다리 근육에 휴식을 주는 것이다. 오른발도 동일하며 호흡과 동작이 일치해야 한다. 발을 올릴 때 들이마시고, 발을 내려 디딜 때 내쉰다.

원래 레스트 스텝은 설사면에서 굉장히 힘들 때 쓰는 동작이다. 국내 산행시에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든 고개에서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완경사나 평지에서 하면 속도가 느리고 답답해서 아무 효과가 없다.

⑤ 계단 등산로를 피한다.

계단 등산로는 일반 경사로보다 훨씬 힘이 든다. 이유는 같은 발 자세와 다리 동작을 연속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근육에 부하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계단이 없는 곳은 울퉁불퉁한 경사가 다양하기 때문에 발과 다리가 여러 각도와 모양으로 사용되어 근육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

⑥ 워밍업(Warming Up)

워밍업은 신체가 강한 운동을 수행하기 적합하도록 체온을 높여주는 것이다. 몸이 차가운 상태에서 산에 오르면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따르고, 심장과 혈관 등도 압박을 받게 된다. 워밍업을 하면 대뇌의 흥분 수준이 높아지며 고통에 대비하게 되어 덜 힘들게 느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워밍업을 한 후에는 따뜻해진 체온이 식지 않도록 바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산행을 시작한 후에도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서 서서히 심장 박동이 빨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행 정서에서 워밍업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워밍업을 못하고 간다면 다른 사람들이 출발과 동시에 빠르게 올라가더라도 쫓아가지 말고 속도를 2분의 1로 늦춰 서서히 자신만의 워밍업을 하며 따라가야 한다. 잠깐의 뒤처짐이 몸에 이로운 약이 된다. 워밍업으로는 가벼운 체조와 스트레칭이 좋다.

⑦ 보행시 호흡법

산행시 필요한 산소를 섭취하기 위해 들이마셔야 하는 공기의 양은 1분당 약 150리터이지만, 코로만 들이마실 수 있는 양은 57리터에 불과하다. 따라서 등산 중에는 숨이 가쁘지 않도록 코와 입으로 충분히 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코로 호흡을 해야 폐로 들어가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먼지, 미생물, 세균 등을 걸러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꾸준한 산행을 통해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페이스 조절능력이 높아지면 점차 코로만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산소를 가장 경제적으로 흡입하는 방법은 복식호흡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폐가 커지고 횡경막이 내려가며 내장이 복부로 몰려 배가 약간 불러오는데 이것이 복식호흡이다. 산행 중 숨을 헐떡이고 있다면 그건 무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는 복식호흡을 유지할 정도의 보행 속도를 지켜야 몸이 지치지 않는다.

⑧ 스스로 길을 찾아가라

오르는 고통은 등산가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줄이고 운동 능력은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 낯선 코스를 앞장서서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와 나침반, 부가적으로 GPS를 사용해야 한다. 방향을 잡고, 거리를 가늠해 지도상의 자기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산은 많은 능선과 계곡이 갈라지고 모인다. 이러한 산세의 변화에 정신을 집중하고 살피는 사이 오름길의 고통은 생각할 틈 없이 사라지게 된다. 계획한 코스로 맞게 길을 찾아가면 고통대신 일종의 성취감이라 할 수 있는 묘한 쾌감이 따라올 것이다.

⑨ 세컨드 윈드로 페이스 조절

페이스(pace)는 올라가는 속도의 완급을 말한다. 보통 등산 중의 페이스 조절은 ‘30분 걷고 5분 쉬고’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람마다 체력 차이가 있고, 컨디션이 다르고, 등산로의 조건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일정 간격의 휴식을 통한 페이스 조절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효과적인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는 세컨드 윈드의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

세컨드 윈드(Second Wind)는 우리말로 ‘제2의 호흡기’ 또는 ‘제2의 정상상태’ 등으로 번역한다. 세컨드 윈드는 ‘운동으로 인한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사점을 알아야 한다.

사점(死點·Dead Point)은 유산소운동을 할 때 심폐기능이 한계점에 이르러 호흡곤란, 가슴통증, 두통 등의 고통으로 운동을 멈추고 싶은 느낌이 드는 순간을 말한다.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할 경우, 사망하는 일도 벌어지는 ‘죽음의 한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산행할 때도 사점을 겪게 되며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휴식을 한다. 고통이 사라지고 살 만하면 다시 오르기를 시작하고, 또 다시 사점이 오면 휴식을 해야 한다. 이런 오름-사점-휴식의 반복을 모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30분 걷고 5분 휴식’이라는 엉뚱한 원칙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 운행에 비유하면 엔진이 과열되기 직전까지 과속을 한 다음 시동을 꺼서 엔진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하는, 과속-엔진 과열-엔진 멈춤을 반복하는 상태인 것이다. 이 상태를 반복하면 연료 소모도 많고 자동차가 쉽게 망가진다. 기계로 만들어진 자동차도 이런데 훨씬 예민하고 소중한 우리의 육체가 하루에 몇 번씩 사점을 오르내린다면 에너지 낭비는 물론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여기서 건강을 해치지 않고 사점의 원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세컨드 윈드다. 세컨드 윈드는 사점에 도달한 후 운동을 지속할 때 나타난다. 사점에 접어든 후 세컨드 윈드를 맞이하는 시간은 통상 운동에서는 30초에서 2분 정도라고 하지만, 등산 중에는 3~5분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

즉 사점의 고통을 최대 5분 정도까지 참고 산행을 계속하면 신체가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 몸이 알아서 “어~, 이 사람이 운동을 세게 하고 있네. 그렇다면 강한 운동에 적합하도록 신체 상태를 바꿔줘야지”라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세컨드 윈드 상태가 되면 숨막힘이 없어지고, 호흡이 깊어지며, 심장 박동도 안정되고, 통증도 사라져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회복된다.

세컨드 윈드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동 전에는 혈액의 80% 정도가 두뇌와 내장 영역에 머물러 있다가 운동을 지속하면 활동 근육과 심폐기관 쪽으로 혈액의 80%가 몰리면서 운동활성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산꾼들이 흔히 “산행 초반은 힘들어도 바짝 땀 흘리고 나면 몸이 풀어진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이론이다.

세컨드 윈드 상태가 되었을 때 몸이 한결 편해지는 것은 산소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피로물질이 땀과 소변으로 배출되며 허파는 산소 흡수능력이 높아지고, 심장은 더욱 힘차게 피를 내보낼 수 있으며, 모세혈관도 확장되어 부족했던 산소를 근육으로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엔돌핀이 분비되어, 스트레스 물질을 분해시킴으로써 우리를 묘한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다.

그러나 사점을 넘어설 정도로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심장이 멎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너무 힘들어 견딜 수 없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출발한다. 사점에 도달했을 때의 운동 강도가 100이라면 90 정도로만 낮춰서 쉬지 않고 계속 오르면 세컨드 윈드를 맞는다. 산행 초반에 힘들다고 바로 주저앉아 쉬는 것은 그동안 끌어올렸던 페이스를 내동냉이치는 것이다.

외국의 과학적인 운동처방기관의 실험에 따르면, 세컨드 윈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한 A그룹과 그렇지 않은 B그룹 각 50명에게 동일한 장거리 운동을 실시하게 한 결과, B그룹은 20명이 중도에 포기했지만 세컨드 윈드를 알고 있는 A그룹은 불과 2~3명만 포기했다고 한다. 세컨드 윈드를 알고 산에 오르면 힘든 오르막의 보행이 즐거워 질 수 있다.

 ⑩ 알파인 스틱 보행법

알파인 스틱의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정확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먼저 반드시 2개를 사용해야 한다. 1개를 사용하면 자동차 바퀴 1개를 빼고 운행하는 것과 같다. 스틱의 길이는 똑바로 서서 팔꿈치 각도가 90도 정도 되는 길이로 조절한다. 평지에서는 알파인 스틱을 뒤로 밀어주기만 한다. 이때 스틱의 끝은 전진하는 발의 뒤쪽보다 20~30cm 뒤에 짚어서 밀어준다. 발 앞쪽의 땅을 짚는 게 아니라 발 뒤를 짚어 밀어주는 게 핵심이다.

팔 동작은 오른발이 나갈 때 왼손이 나가는 자연스런 보행시의 발동작을 그대로 유지하며 스틱을 뒤로 밀어주면 된다. 미는 동작을 통해 몸은 앞으로 쉽게 나가는 힘을 팔로부터 얻게 된다.

오르막을 갈 때는 먼저 두 개의 알파인 스틱을 모두 같은 높이의 위쪽으로 짚고 다리를 올린 다음, 팔을 접어 상체와 알파인 스틱을 가깝게 하고 상반신의 몸무게를 살짝 알파인 스틱에 기대듯이 의지한다. 그 다음 올려진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면 다리 힘만으로 오르는 것보다 힘의 부담을 적게 할 수 있다.

내려갈 때는 스틱 두 개를 아래쪽에 짚고 스틱의 손잡이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살며시 상체의 무게를 스틱에 기댄다. 이때 너무 무리하게 기대면 스틱이 휘어질 수 있다. 이렇게 체중의 일부를 스틱에 기대면 아래쪽으로 내리는 발과 무릎에 전달되는 체중의 부담과 충격을 줄여 사뿐하게 착지할 수 있고, 급경사에서 균형 잡기가 용이해져 안전하고 빠른 하산을 할 수 있다.

알파인 스틱을 처음 사용하면 두 손이 매우 거추장스럽고, 요철과 나무 등의 장애물로 인해 불편함만 느끼게 된다. 도구란 원래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3회 정도 사용으로 쉽게 익숙해질 수 있으며, 불편하다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마치 자전거를 두고 걸어가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