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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북알프스
일반산 산행기/호남

거금도 적대봉 산행(12. 8. 19)

by 산사랑 1 201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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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봉 일출산행(2012. 8. 19일 일요일)】

 

적대봉(592m)은 고흥군 금산면(錦山面) 거금도(居金島)에 솟아 있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고래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산이다. 섬 안에 큰 금맥이 뻗어 있어 거금도라 불린다는 이 섬은 조선중기의 문헌에는 거억금도(巨億今島)라고 기록되어 있다.

 

섬 산이면서도 고흥군에서는 팔영산(608.6m) 다음으로 높으며 펑퍼짐한 산세와 달리 전망이 매우 뛰어난 산이다. 적대봉은 북쪽으로 천등산 마복산, 서쪽으로는 장흥 천관산(723m)과 마주보고 있는데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완도, 남쪽으로 거문도, 동쪽으로 여수 일원의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으면 멀리 제주도가 바라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적대봉 정상은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 등 비상사태를 신속하게 전달해주는 봉수대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남한에서 거의 유일한 원형 봉수대로 알려져 있는 적대봉 봉수대는 둘레 약 34m, 직경 약 7m로 경남의 남대천 봉수대(지방문화재 제147호)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적대봉 기슭은 조선 때 목장성(牧場城)이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록도, 절이도, 시산도, 나로도와 함께 도양(道陽)목장에 속한 속장(屬場)의 하나였던 거금도는 옛 이름이 절이도(折爾島)로 적대봉을 중심으로 30리 길이의 성을 쌓아 말 116마리를 키웠던 세납(稅納)목장으로 전한다.

 

거금도의 남북을 종단하여 석정리와 어전리를 잇는 임도 곳곳에 목장성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적대봉 일원은 예전 수림이 울창했던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해안가의 방풍림만이 옛모습을 겨우 떠올릴 수 있게 하지만 옛 문헌에 의하면 거금도는 조선시대 사복시(司僕侍)에 속한 둔전(屯田)과 왕대산지가 있었고, 선재(船材)의 확보를 위해 벌채를 금지했을 정도로 질 좋은 나무가 많이 자랐던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적대봉은 우리나라 남부의 난대 섬 지역으로 주요 난대수종인 후박, 이팝 등 11종의 자생군락지가 있는 등 동식물자원의 식생특이성과 식물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런 지형적인 특색 때문에 적대봉에 올라서면 해남 두륜산, 강진 주작산~덕룡산, 영암 월출산에 이어 장흥 천관산과 고흥 팔영산에 이르기까지 호남 명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특히 4월 맑은 날이면 흰눈을 머리에 인 제주도 한라산이 바라보이는 보너스까지 얹어진다. 여기에 부드러운 산세에 장쾌한 능선이 더해져 산행의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는 산이다.

 

 적대봉 일출..

 

• 파상재(05:25) ~ 적대봉 정상(06:04)(들머리에서 약39분/ 정상에서 약47분 휴식)

 

거금도 신평리 한옥에서 1박을 하고 새벽 일출을 보기위해 04:30분에 밖에 나오니 하늘에는 아직 많은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어 오늘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들었다. 사실 금욜 팔영산 무박산행시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으며, 어제도 새벽 01:40분까지 대화를 하는 분들 때문에 제대로 된 잠을 이룰 수 없어 육체적으로는 매우 피곤한 상태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적대봉을 올라 일출을 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육체적으로 다소 무리가 되지만 강행을 하였다.

 

거금도 한옥마을 숙소(산누리님 작품)

 

일출산행에 동참한 사람은 산행대장인 일출과 초코님 그리고 나 세 사람으로 당초에는 동정마을 금산정사에서 오를 계획이었으나 전날 파상재에서 올라가는 길이 수월하다는 말을 듣고 파상재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차량으로 파상재로 이동하였다. 신평리 숙소에서 파상재까지 약 20분이 소요되었으며, 잠시 정비를 한 후 주차장을 나와 05:00에 산행을 실시하였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가도 임도만 나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주차장 부근까지 되돌아와서 보니 옆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시간은 거의 05:25분을 가리키고 있어 일출을 보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누군가라도 일출사진을 찍어야 되기 때문에 능선에서라도 일출을 보기 위하여 나 혼자 먼저 가기로 하고 뛰어올라 갔다. 한참을 가다보니 약수터가 있어 약수 한 잔을 마시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뛰어 가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부터 경사가 다소 있어 쉽지 않았다. 조금 올라 가다보니 "산행을 통하여 흘린 땀은 건강으로 돌아온다"라는 표시가 있는 돌무더기가 있는 곳이 나왔으며, 여기서 10분 정도 올라가는 동안 몇 번이나 능선이 지척인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걸어가다 보니 마침내 능선인 마당목재가 나왔다. 마당목재(파성재 1.6km, 적대봉 1.0km)까지 약 25분이 소요되었으며, 정상부근의 하늘에는 다소 붉은 빛이 비치고 있었다.

 

마당목재..

 

적대봉에는 다소 붉은 빛이 비치고 있었고..

 

아직 정상까지 1.0km가 남았는데, 체력은 어느덧 고갈이 되어 과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지만 최선을 다하기로 작정을 하고 다시 천천히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산길은 거의 평지와 같이 경사가 거의 없어 큰 힘은 들지 않았으며, 약 10분 후에 적대봉 0.3km지점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뒤를 돌아보니 구름과 함께 옅은 주황색이 넓게 펴져 있는 것이 보여 잠시 후 구름사이로 일출이 시작될 것이란 예감이 들어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하여 조금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06:04분에 적대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뒤를 돌아보니 마당목재가 능선상에 희미하게 보이고, 바다에는 운해가 피어 오르네요..

 

적대봉 0.3km 남기고..

 

드디어 적대봉 정상에 도착(06:04분/ 파성재에서 약 35분 소요) 했습니다..

 

정상을 지나서 보니 구름을 뚫고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벅찬 감동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떠올라 몸을 주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어 옷을 벗고 전라의 상태로 운해가운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적대봉 정상부를 이룬 봉화대에 올라서자 섬, 바다, 산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약 5분간 일출도 보고 사진도 찍은 후 소록도를 바라다보니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그 속에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갔던 한센인들의 삶이 오늘날 풍요로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삶이 겹쳐졌다.

 

하늘에는 이미 운해를 뚫고 일출이 시작되고 있고..

 

운해가 자욱하게 깔려 있네요..

 

뛰어 온 보람이 있습니다..

 

마침내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벅찬 감동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떠올라오네요..

 

 

 

소록도 당겨잡기(일출님 작품)..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난을 극복한 부모세대의 고생을 토대로 큰 고민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대학문턱을 밟으면서부터 등록금 납부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대학 졸업무릎부터 취직이 가로막고, 겨우 취직을 한 후 결혼을 하려고 해도 전세금과 결혼비용이 없어 결혼을 미뤄야 하는 현실 속에서 한 번쯤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문둥병 시인으로서 소록도에서 살면서 처절한 삶의 절규를 노래하고 한 많은 생애를 마친 ‘한하운’의 시 ‘봄’을 떠올리다 보면 그의 시구대로 ‘한 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게’ 될 것이다.

 

한하운은 ‘봄’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地域(지역)에도 한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래꽃 이른 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빨간 모가지 땅속에서 움돋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겹도록 울다가는 청춘(靑春)이요 눈물이요.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 번밖에 없는 자살(自殺)을 아끼는 것이오.

 

한하운 시인은 참으로 슬픈 현실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고 살아가야만 했으며, 결국은 한센병을 극복하고 남은 생을 한센인들을 위하여 바쳤다. 한하운 시인의 삶을 생각하다보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라는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아름다운 인생 고민과 방황만 하지 말고 피하지 못할 거라면 즐기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봉우리에 구름이 몰려 있네요..

 

다시 밑에서 10여분 휴식을 취하면서 쉬고 있는데 밑에서 소리가 들려 팬티만 걸쳐 입고 보니 들머리에서 헤어진 일출대장과 초코님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의 벗은 모습을 보고 잠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어쩔 수 없었으며, 그들이 가져 온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고 포도를 먹고 나니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20여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옷을 입고 적대봉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으면서 경치를 구경하였다.

 

적대봉 봉수대 위에 있는 표지석..

 

겨울 맑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바라보일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적대봉 정상에는 조선시대 때 왜적의 침입 등 비상사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봉수대를 구축해 놓았으며, 현재도 둘레 34m, 직경 7m의 봉수대가 보존되어 있다.

 

적대봉 봉수대(이제 하산을 실시 합니다..)

 

• 적대봉 정상(06:51) ~ 파상재(07:45)(적대봉 정상에서 약54분)

 

적대봉 정상에서 약 47분간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실시하였으며, 올라가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경치를 보면서 여유있게 진행을 하였다. 약 10분 정도 내려오니 녹동항과소록도, 거금대교가 그림같이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다시 10분 후에 마당목재에 도착하였다. 마당목재에서의 약 8분 후 산봉우리에 구름이 흘러가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으며, 2분 후 "산행을 통하여 흘린 땀은 건강으로 돌아온다"라는 표시가 있는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돌무더기를 보니 꼭대기에 ‘소원’이란 글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산 후 10분 경과 지점에서 본 소록도와 거금대교가 그림같습니다..

 

소록도, 거금대교와 녹동항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마당목재에 있는 쉼터..

 

구름이 산봉우리를 지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산행을 통하여 흘린 땀은 건강으로 돌아온다"라는 표시가 있는 돌무더기로 소망이란 글이 있네요..

 

돌무더기에서 약 8분 후에 올라갈 때 갈증을 달래주었던 약수터에 도착(07:30분)하여 약수 한 잔을 마셨는데 정말 맛이 있는 것 같았다. 이후 평탄을 길을 따라 약 15분 내려와 파상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칠 수 있었으며, 우리차를 주차한 곳에서 바로 올라오면 적대봉 올라가는 길과 만날 수 있었는데 어두워서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올라갈 때 갈증을 달래주었던 약수터..

 

산행 종료(07:45분)

 

산행을 종료한 후 숙소에 돌아오니 민박집을 운영하는 ‘두타’님 부친이 전복죽을 만들어 놓았는데 대다수 사람들이 너무 맛이 있어 두 그릇 이상 먹었다고 자랑을 하고 있어 먹어보니 정말 꿀맛 같이 맛이 있었다. 식사 후 ‘두타’님 친구가 보유한 모터보트를 타고 거금도 앞바다를 시원하게 달렸으며, 망망바다에 떠있는 조그만 바위에 상륙을 하여 가져간 수박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였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터보터를 타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거금도 해안도로 일주 투어를 하면서 소원동산, 익금해수욕장 등을 돌아보았으며, 레슬링 세계 참피온을 지냈던 김일선수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해안도로 투어를 마친 후 예전에 여객선이 있었던 근처의 평산횟집에서 장어탕을 먹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정말 맛있다고 평가를 내렸으니 시간이 나시는 분들은 들러보시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식사를 마친후 13:00시에 고흥을 출발하여 15:10분에 죽전역에 도착하여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산행을 종료하고 아침식사 후 모터보트를 타기 위하여 선착장에 도착하여..

 우리 팀이 바다로 나간 모터보트가 다가오고(일출님 작품)..

 

바다가 잔잔하여 좋습니다(일출님 작품)

 

암초에 상륙하였습니다(산누리님 작품)

 

암초에 상륙하여 수박을 먹었습니다..

 

모타보트를 탄 후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고금도  해안투어를 하였으며..

 

소원동산 정자에서 본 모습들..

 

 

김일 기념관..

 

거금도 해안 일주를 마친 후 점심으로 먹었던 평산횟집의 장어탕(1인 만원) 맛이 정말 좋았으며, 밑반찬도 깔끔하였습니다..

 

▶산행 후기

 

이번 적대봉 산행은 고흥 거금도 섬산행(1무 1박 3일)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전날 팔영산 산행, 고흥 6경 중의 하나인 용바위, 나로도 우주센타, 소록도 방문, 해안에서의 해수욕 등을 한 후 마늘먹인 광어, 병어회, 붕장어 구이, 고동비빔밥 등의 만찬에 따른 늦은 취침 등으로 3명만이 함께하였다. 적대봉 정상에 서면 360도 모든 방향으로 경치를 볼 수 있으며,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출을 보기 위하여 일찍 서둘렀으나 초행길에 길을 잘못 들어 모든 사람이 일출을 보지 못하고 나만 뛰어 올라감에 따라 간신히 운해 속에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적대봉 정상에 나 홀로 있음에 따라 정상에서의 일망무제의 거칠 것없는 조망을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라로 약 15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특이한 체험도 할 수 있어 영원히 잊지 못할 산행이 될 것이다. 산행후 생각지도 못했던 모터보트 탑승과 암초위에서 수박을 먹을 수 있었던 행운, 김일선생 전시관 방문, 거금도 해안도로 일주 등을 통하여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을 위하여 멋진 계획을 수립하고 산행 리딩과 안전운행에 책임진 일출대장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거금도 숙박과 저녁만찬, 아침 전복죽, 거금도 관광안내 등을 제공한 두타․영심이님 부부와 두타님 부친에게 진정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며, 저녁만찬에 제공된 광어회와 모터보트 탑승을 제공한 두타님 친구분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그리고 장어를 구운 초코님, 병어회를 장만한 결나무님, 그리고 이번 산행 및 여행동안 시종일관 함께 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눈 심통 회장님 등 모든 분들의 수고에도 감사드린다. 이번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건셀의 산우님들도 다음 산행에는 참석하여 즐거운 추억을 만드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산행은 이번 여름을 보내는 마지막 이벤트로 아침가리골 백패킹이 계획되어 있으니 많이 참석하여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금번 산행에 참석하신 11명은 심통회장, 일출대장, 산누리, 두타, 영심이, 천송, 초코, 상학, 결나무, 꿀단지, 그리고 산사랑)

 

 

천송님 제공